‘되메우기’ 작업과정 부실 때문인듯
지표 탐사·모니터링만으론 부족해
개통된 지 두 달도 안 된 대규모 지하차도 위 도로에서 지반 침하 현상이 발생해 시민을 불안케 한다. 지난 4~6일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공사 가시설 구간인 내성지하차도와 수영강변지하차도 진출입로 일대에서 지름 1.5~2m 크기의 지반 침하가 잇따라 발견됐다. 내성지하차도에서는 4곳, 수영강변지하차도 진출입부에서는 3곳의 도로 침하 현상이 보였다. 부산시는 긴급 복구에 나섰고, 이 작업의 여파로 내성지하차도와 수영강변지하차도 진출입로가 통제돼 나들이 차량이 집중된 주말 오후 도심 교통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교통 통제는 복구가 완료된 월요일 오전 6시30분까지 이어졌다.
지난 5일 부산 동래구 내성지하차도 일대에 지반 침하가 발생해 차량 통제 후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에 따른 사고로 보인다. 터널 출입구 공사 후 흙을 다시 채워 넣는 ‘되메우기’ 과정이 부실해 지반이 약해진 것으로 시는 봤다. 다짐 밀도가 낮은 동절기 되메우기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봄(해빙기)이 되어 흙 속 수분이 녹아 빠져나가며 헐거웠던 지반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마침 지난 4일 오전 많은 비가 내려 지반 약화가 가속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점검 결과 사고 구간에 땅꺼짐(싱크홀)이나 지하 공동 등 더 큰 지반 침하 요소는 없는 것으로 파악돼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대심도 공사 구간에서 언제든지 또 이 같은 침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해당 도로는 시민이 많이 다니는 주요 간선도로여서 더더욱 그렇다. 지난 2월 개통된 만덕~센텀 대심도는 북구 만덕동과 해운대구 재송동을 잇는 9.62㎞ 구간의 지하터널로, 부산 동서를 10여 분만에 이어 ‘교통혁명’으로 기대를 모았다는 점에서도 씁쓸하다. 이동시간을 대폭 줄여주겠다더니 부실시공으로 오히려 교통안전을 위협한 꼴이다. 시민 안전을 볼모로 한 교통혁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시는 되메우기 시공사인 GS건설에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는 한편 만덕~센텀 대심도의 동래·해운대·만덕 IC 일대에 GPR(지표투과레이다) 탐사를 계속하고 모니터링을 실시, 사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GPR 탐사와 모니터링만이 도로 침하 사고 전반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GPR의 유효 탐사 깊이는 지표면으로부터 2m가량에 불과해 지하 40m 이상 깊이에 위치한 대심도 터널 등 깊은 곳에서 시작된 공동은 미리 잡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대심도 공사 구간이다.
대심도 구간 전체는 물론 여기 말고도 시내 지하차도 공사장이 많으므로 시는 전역을 대상으로 지반 침하와 관련한 안전 대진단에 나서야할 것이다. 실제로 사상~하단 도시철도 공사장에서는 작년 4월 등 2023년부터 10번 이상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반을 약화시킬 위험이 큰 대심도 등 지하도로 공사는 앞으로 부산에서 계속 이어진다. 도심 개발 과정에서 시민이 더는 ‘발 밑 지뢰밭’에 전전긍긍하지 않도록 시는 심층적인 조사 공법 도입 등 특단의 안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