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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밖에서 오지 않았다”… 제주에서 50년, 허민자의 도자가 안에서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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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세대 도예가 허민자 개인전 ‘빛을 향하여’

흙이 빛을 통과시키는 순간, 도자는 물질을 넘어 존재의 질문이 된다

허민자 作 '수난-이제 다 이루었다'(조합토, 36x14x46cm, 1995)

전시장 한쪽이 어둡습니다.

도자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불이 켜지는 순간, 어딘가에서 빛이 새어 나옵니다.

빛이 먼저 보입니다.

잠시 뒤, 그 빛 사이로 흙이 나타납니다.

보통은 빛이 도자를 비춥니다.

여기서는 반대입니다.

도자 안에서 빛이 밖으로 밀려 나옵니다.

그 순간 흙은 단단한 물질이 아니라 빛을 통과시키는 몸이 됩니다.

도예가 허민자의 작업입니다.

허민자 작가의 개인전 ‘빛을 향하여’가 16일부터 4월 25일까지 제주시 아라동의 심헌갤러리에서 열립니다.

전시에서는 ‘사랑과 수난’을 주제로 한 도예 작품 20여 점이 소개됩니다.

한 작가가 제주에서 쌓아 온 시간을 한 자리에서 마주하는 전시입니다.

■ 제주라는 장소가 만든 물질

허민자는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1975년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에서 응용미술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제주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뒤로 거의 50년을 제주에서 살며 작업해 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작가는 이 땅의 풍경 가까이에서 흙을 빚어 왔습니다.

오름의 완만한 능선, 바람을 견딘 돌담, 구멍이 많은 현무암.

이 풍경은 작품 속에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는 재현이 아니라,

흙이라는 물질이 이 땅의 시간과 부대끼며 남긴 결과입니다.

그래서 허민자의 도자에는 인위적인 장식보다 땅이 남긴 흔적이 먼저 보입니다.

허민자 作 '갈릴레아의 사도들'(산청토, 코발트유, 재유, 40x25x.25cm, 2016)

■ 빛이 물질을 다시 정의하는 순간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업 가운데 하나는 도등(陶燈)입니다.

도자 안에서 빛이 새어 나오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불이 켜지는 순간 작품의 인상은 달라집니다.

흙은 더 이상 단단한 덩어리로 보이지 않습니다.

빛이 표면을 따라 퍼지면서 도자는 마치 내부에서 숨을 쉬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질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 빛을 밖으로 밀어냅니다.

빛이 지나가는 순간 도자는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드러냅니다.

■ 인간의 몸으로 이어지는 형상

최근 허민자의 작업에는 인간의 몸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몸을 기울인 인물, 기도하는 듯한 자세, 십자가를 연상시키는 형상.

이 형상들은 특정한 종교 서사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상태를 드러냅니다.

상처, 기다림, 회복.

흙이 인간의 몸을 닮는 순간 작품은 자연스럽게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향합니다.

인간 역시 흙에서 시작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허민자 作 '천지창조-보시니 좋았다' (산청토, 안료, 백유, 320x260, 2019)

■ 제주 도예 1세대가 쌓아온 시간

허민자는 제주에서 오랫동안 도예 작업을 해 온 작가입니다.

지금까지 도예 개인전 20회를 열었고 ‘한국 현대도예 30년전’, ‘서울 현대도자전’, 1995 청주 국제비엔날레 등 주요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제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명예교수이자 심헌갤러리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흙과 빛 사이에서

도자는 흙과 불, 그리고 시간이 만나 만들어집니다.

허민자의 제주 작업 역시 그 시간 위에서 형성됐습니다.

흙이라는 물질, 그 안에서 스며 나오는 빛, 그리고 인간을 닮은 형상.

빛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된 물질의 안쪽에서 천천히 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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