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추경’ 농업계 홀대
도축장 전기료 할인 특례 종료
경영 부담…원가 상승 불가피
취약노인계층 우유 지원 무산
축산 생산기반 추경 반영 촉구
축산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업계 요구 사항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으면서다.
대표적인 것이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 지원, 취약노인계층 국산 유제품 지원이다. 특히 도축업계는 이번에도 외면당했다며 장탄식했다. 한·영연방 등 주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도축업계는 정부에 도축장 전력의 농사용 전환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2015년부터 10년간 한시 지원으로 전기료 20% 할인 특례가 적용됐다.
하지만 2024년말 해당 제도가 일몰된 이후 어떤 지원도 개시되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몇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80% 가까이 오르면서 전기료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도축장이 전기료에 민감한 것은 신선축산물을 다루는 업종 특성과 법적인 제약 때문이다. 현행 ‘축산법 시행규칙’은 지육의 심부온도를 5℃ 이하로 낮춰야만 등급판정이 가능하다.
도축장 관계자는 “등급판정을 받기 위해 도축 작업 이후에도 예냉실 가동을 중단할 수 없다”면서 “도축장 자율 판단이 아니라 정책에 따른 필수 의무 공정에 대해 전기료 감면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가혹한 조치”라고 말했다. 실제 일선 도축장 전기료의 60%는 예냉실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축장 원가 상승은 결국 도축수수료 인상과 축산물의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할인 특례 종료 이전과 비교할 때 최근 전국 도축수수료는 한마리당 평균 소 2만원, 돼지 2000원 이상 올랐다. 충남의 한 도축업체 관계자는 “지난 10년간은 할인 특례로 도축수수료 인상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이젠 특례도 사라진 데다 인건비·가스비 등 모든 제반 비용이 올라 경영압박이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도계업체 관계자도 “외국산 닭고기와 경쟁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이 고안해낸 공법은 전기에 의존하는 기술인데,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가 종료되면서 전기요금 부담이 20% 늘어났다”고 발을 굴렀다. 그러면서 “농사용 전기요금으로 전환하는 등 특별 지원책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경영부담은 결국 소비자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1차산업 내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논란도 있다. 도축업계는 2024년부터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할인 특례 재시행 또는 도축장 전기요금 농사용 전력 적용을 호소했으나 예산 반영은 매번 무산됐다. 진주원 한국축산물처리협회 기획관리부장은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쌀 건조·저장 시설,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FPC)는 농사용 전력을 적용받고 천일염 생산시설마저 기간 제한 없이 전기료 20%를 할인받고 있는데 축산물종합처리장(도축장)만 FTA 대책 중 유일하게 10년 한시적 할인에 묶였다”고 꼬집었다.
취약노인계층 국산 유제품 지원 무산에 따른 낙농업계의 실망감도 극에 달했다. 취약노인계층에 대한 유제품 지원은 우유 소비가 줄어든 데 따른 해법으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흰우유(백색시유) 소비량(22.9㎏)은 40년 만에 최저치였고 저출생문제로 학교 우유급식 수요도 급감했다.
오용관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경북대구낙농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2023년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고 연간 200만t 규모의 원유 생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전쟁 여파로 물가가 오르면 우유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낙농가 생산기반은 무너지게 된다”면서 “낙농분야를 포함한 추경안이 10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