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알루미늄·비닐 값 올라
시설하우스 시공비 연쇄 상승
업체, 공사 포기 사례도 속출
장기화 땐 농작물 생산 차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 여파로 일부 시설하우스업체가 시공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하면 농민이 시설하우스를 제때 설치하지 못해 작물 생산에서 차질을 빚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지가 국내 시설하우스 시공업체 20여곳을 취재한 결과, 최근 한달여간 주요 자재 가격 인상으로 시공비가 폭등해 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순태 그린플러스 대표는 “지난해 계약을 맺고 최근 착공에 들어간 농업현장이 100건가량 되는데 사실상 거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비교적 안정적이던 자재값이 최근 한달 새 5∼20% 급등했기 때문이다.
김정윤 새그린 대표는 “전체 시공비 기준으로 보면 전쟁 전인 2월보다 20% 올랐다”면서 “문제는 자재 가격이 연쇄적으로 계속 오르면서 향후 시공비가 도대체 얼마나 상승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최창호 한일 대표는 “자재를 주문해도 공급이 끊기거나 가격이 더 오르는 일이 반복돼 추가 주문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시공업체는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외부에서 공급받아 설치하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자재비가 오르면 곧바로 손익에 반영되는 구조다. 그런데 중동 전쟁 여파로 시설하우스 주요 자재가 줄줄이 올라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 따르면 우선 철제 골조 가격이 전쟁 전인 2월 대비 5% 상승했다. 알루미늄 바는 지난해 7월보다 30% 폭등했다. 알루미늄 공급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9% 정도 되는데, 중요 생산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이 이란의 공격을 받아 공급망 일부가 붕괴했다는 것이다.
농업용 비닐시장은 더욱 요동쳤다. 신준호 삼동산업 이사는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에틸렌(PE) 가격이 전쟁 이전 1t당 160만원에서 4월초 기준 260만원으로 100만원(62.5%) 올랐고, 5월에도 60만원 추가 인상하겠다고 알려와 결과적으로 2월말에서 5월말까지 석달 새 2배가량 뛰는 것”이라고 했다.
농가들도 크게 당황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 대표는 “공사비 상승으로 농가 부담이 커지면서 시설하우스 규모를 당초보다 줄이거나 일부 설비를 빼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설치에 1억원이면 가능했던 시설하우스 공사비가 지금은 1억2000만원 이상으로 올라, 기존 계약을 유지할지 망설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농가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설하우스 관련 공사비가 제한돼 있는 것도 업계 고민거리다. 이상봉 에스엠팜건설 대표는 “공공사업은 조달청 등록 자재 가격을 기준으로 설계 단가를 책정하는데 이는 전년 기준이라 최근 시장 가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결국은 농가 부담으로 이어져 시설원예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성 악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유인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장은 7일 전북 완주 원예원에서 개최한 ‘원예시설 시공업체 소통 간담회’에서 “시공업체들의 어려움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