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고아농협 올해 사업 첫 운영
단기·소수인원 배정 요청 가능
숙련 인력에 농가 만족도 높아
인건비 낮아 영농비 절감 효과
박성진씨(왼쪽)가 고아농협으로부터 캄보디아 노동자 1명을 배정받아 함께 감자밭 배수로를 정비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있었냐고 농가들 모두 놀랍니다.”
최근 찾은 경북 구미시 고아읍의 한 감자밭. 캄보디아 출신 계절노동자 1명과 배수로 정비작업을 하던 농장주 박성진씨(55)는 “고아농협이 올해 처음 운영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에 대해 농가들이 크게 반긴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지역에선 1인당 하루 14만∼15만원을 지불해야 인력을 구할 수 있는데, 공공형 계절노동자는 11만원이면 된다”며 “이 사업은 짧은 기간 소수 인력이 필요한 소규모 농가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4년차를 맞은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본격 시작됐다. 올해는 전국 지역농협 130곳에 소속된 계절노동자 4800여명이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서 일한다. 지난해 90곳보다 44.4% 증가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돼 전체 참여 농협이 142곳에 달한다.
백진욱 경북 구미 고아농협 조합장(왼쪽 두번째)이 공공형 계절근로 캄보디아 노동자에게 감자밭 제초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구미 고아농협(조합장 백진욱)은 4월1일 사업을 시작했다. 구미시로부터 사업 운영 주체로 지정받은 고아농협이 외국인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농가 신청을 받아 인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농가는 필요한 인력을 1일 단위로 고아농협에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이 사업에는 캄보디아 출신 남성 30명이 참여한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모두 캄보디아 현지 농협의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농민들이다.
구미시와 고아농협은 이 사업을 위해 미리 캄보디아 현지로 건너가 면접 시험을 거쳐 정예 인력을 선발했다. 이들은 3월30일 입국해 건강검진과 마약 검사를 받고 고아농협이 인근에 마련한 숙소에 짐을 풀었다.
교회 수련원에 마련된 숙소는 각종 가재도구와 생활 편의시설이 완비돼 있다. 고아농협은 이들에게 새 침구와 각종 식재료를 지원하기도 했으며, 정기적으로 장보기를 돕는다. 앞으로 지역 문화유적지 탐방 등을 통해 한국문화 체험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노동자들은 월∼금요일 주 5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인력을 신청한 농가에 출근해 일한다. 휴게시간 2시간을 빼면 하루 8시간 일하는 셈이다. 4∼8월 5개월 동안 이곳에 머물 노동자들에게 고아농협은 매월 지정된 개인 계좌에 급여를 지급한다.
최민규 고아농협 과장은 “노동자들은 숙소 사용료 등 각종 부담금을 제하더라도 자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보다 임금을 5∼6배 더 받게 된다”며 “이런 이유로 면접 시험에 합격한 후 마을 잔치를 벌인 노동자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캄보디아에서 채소농사를 지었다는 넴우사씨(30)는 “이곳 농사일이 어렵지 않고 한국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덕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돌아가면 농사규모를 크게 키우고 싶다”고 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바라보는 농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농가가 지불하는 인건비가 저렴한 데다 노동자 단 1명도 배정 요청을 할 수 있고, 숙련 인력이 농작업에 나서는 만큼 일의 효율도 높일 수 있어서다.
백진욱 조합장은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이 농촌 인력난 해소와 농민 영농비 절감에 큰 도움을 준다”며 “앞으로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사업 전반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