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연구팀, 105마리 3개군별 오염 실험
코카인 대사물질 노출되니 1.9배 멀리 이동
뇌·신경계 교란되며 스트레스로 과잉 행동
먹이사슬 따라 약물 누적…생태계 영향 우려
스웨덴 농업과학대 연구팀이 대서양 연어에게 코카인과 관련 대사물질을 주입하고 실제 호수에 풀었더니, 그 물고기들은 대조군보다 1.9배 더 멀리, 더 넓게 헤엄쳤다. 클립아트코리아
오늘 저녁 식탁에 연어초밥이나 연어구이가 오른다면, 그 연어는 어디서 왔을까. 노르웨이 양식장이든 강원도 양양 남대천이든, 그 연어가 헤엄쳐 온 물 속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녹아 있을지 모른다. 스웨덴 농업과학대 연구팀이 대서양 연어에게 코카인과 관련 대사물질을 주입하고 호수에 풀었더니, 그 연어들은 대조군보다 1.9배 더 멀리 헤엄쳤다. 연구팀은 20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이를 게재했다.
연구팀의 논문 초록에 실린 인포그래픽을 한글로 번역. 커런트바이올로지
연구팀은 2살짜리 대서양 연어 105마리를 35마리씩 세 그룹으로 나눴다. 마약인 코카인 노출군, 코카인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만들어지는 대사물질 ‘벤조일에고닌’ 노출군, 그리고 아무것도 주입하지 않은 대조군이었다. 약물은 초소형 캡슐에 담아 연어 몸속에 직접 삽입했다. 오염된 강물에 사는 것과 같은 농도를 몸 안에서 재현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각 연어에 음향 추적기를 단 후, 서울시의 약 3배 면적인 베테른 호수(1912㎢)에 풀었다. 이들은 8주 동안 연어들의 이동 경로와 거리를 추적했다.
◆코카인보다 무서운 이것=
그러자 벤조일에고닌에 노출된 연어에게서 이상 행동이 나타났다. 5~6주차에 대조군보다 50%, 7~8주차엔 90% 더 멀리 이동했다. 뇌와 신경계가 교란되면서 에너지 소비와 산화 스트레스가 함께 늘며 과잉행동을 보인 것이다. 반면 코카인 직접 노출군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코카인은 인간의 몸을 거치면서 벤조일에고닌으로 바뀐다. 혈중 농도와 자연환경 속 농도도 벤조일에고닌이 코카인보다 훨씬 높다. 논문 공동저자인 잭 브랜드 박사는 “대사물질을 빠뜨린 위험성 평가는 환경 위험의 절반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의 몸에서 강으로=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마약류 사용 인구는 3억1600만명이다. 이들이 배출하는 대사물질은 하수처리로 상당 부분 제거되지만 처리율은 처리장마다 47~94%로 편차가 크다. 연구팀은 처리를 마친 오스트레일리아의 방류수에서도 벤조일에고닌이 최대 2만1570ng/ℓ 농도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만일 폭우로 하수처리장을 거치지 않은 원수(原水)가 수로로 넘치면 오염은 더 심해진다.
이날 영국 ‘가디언’ 보도에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화학오염물질연구팀의 레온 배런 교수는 이 연구에 대해 “하수 처리 방식을 개선하고, 특히 처리되지 않은 하수 방류를 줄이면 야생 동물과 생태계에 대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어는 대중적으로 많이 소비되는 물고기다. 클립아트코리아
◆생태계에 연쇄 효과 우려=
연어가 평소보다 더 멀리 헤엄치면 어떤 문제를 불러올까. 연구팀은 “물고기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무엇을 먹고, 무엇에게 먹히는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익숙하지 않은 구역까지 헤엄쳐 간 연어는 에너지를 더 많이 쓴다. 이 경우 번식과 성장에 쓸 몫이 줄고, 낯선 영역에서 천적과 맞닥뜨릴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연어에 그치지 않는다. 오염된 작은 물고기를 큰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를 더 큰 포식자가 먹는다. 먹이사슬을 따라 약물 성분도 누적될 수 있다. 연구팀은 “야생 동물에게 영향을 줄 만한 마약 오염이 어느 지역에 얼마나 확산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향후 연구의 목표”라고 밝혔다.